요즘은 기대하지 않고 방문할 때 그 어떤 만족감 보다도 큰 것 같다. 이번에 방문했던 오코25 또한 기대하지 않았고, 좁은 길을 지나 마을을 지나칠 때 조차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싶을 만큼 혹은 내가 괜히 왔나 싶은 생각이 든 만큼 기대감은 떨어져 있었다.
보통 카페를 가게 되면 교통의 편리함과 주변을 의식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깊이 알게 모르게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옥호리 25번지
오코25의 이름은 y496 카페 이름 같이 옥호리 25번지를 오코25로 하였다고 한다. 처음에 나도 호기심으로 물어보려고 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물어봐 줘서 주워듣게 되었다.
언뜻 보았을 때 카페라기 보다 농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입구의 간판에서 써져 있는 것처럼 이 곳은 농장과 레스토랑, 카페를 함께 하고 있다. 더불어 직접 재배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믿음직한 식당 아니 카페로 보인다.
입구에서 제법 들어가다 보면 보이는 검은 건물이 바로 팜레스토랑과 카페를 한번에 운영하고 있는 오코25이다.
참고로 매월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은 쉰다고 하니 사전에 연락해보고 방문하길 추천한다.
오코25의 건물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에서 모든 음료와 음식을 만든다. 대부분 1층보다는 2층을 더 선호하는 편이며, 일단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다 보니 전망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워낙 시골이다 보니 보이는 건 밭뿐. 그래도 답답한 것 보다는 100배는 더 좋은 상쾌한 기분이다.
1층
역시나 1층 전면도 유리로 되어 있다. 완벽한 통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밖을 다 볼 수 있는 점에서는 너무 좋은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주 출입구 옆에다가 저렇게 밀걸레를... 놔둘 필요가 있었나 싶다.
1층을 들어서면 바로 2층으로 가는 계단과 카운터가 보인다.
작은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창가에는 테이블들이 있었다. 이 곳에 있으면서 몇 팀정도 왔다 갔는데 1층은 이 곳 사장님 지인분들 아니고서는 다들 2층으로 올라왔다.
메뉴는 크게 음료와 식사로 구분되어 있다.
음료는 커피와 에이드, 차, 핸드드립, 콜드브루 등이 있고 식사로는 크림파스타와 목살필라프, 등심돈가스, 치즈돈가스 등이 있다.
식사에서 가격이 총 3개로 구분되는데 가장 왼쪽은 식사 단품, 중간은 식사와 셀러드, 커피 종류를 먹을 수 있으며 오른쪽은 그런 구분없이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음료의 가격이 높은 편이라 식사와 곁들어서 먹는 커피가 훨씬 저렴하다.(셀러드+커피가 식사에 1,000원 추가로 해결 가능)
아무래도 CPL 필터를 사야하나 보다. 67mm 가격이 좀 쌔던데... 빛반사가 너무 심하다;;;
무튼 여기서 내가 찍으려 했던 건 콜드브루가 있다는 것. 난 콜드브루가 입맛에 맞지 않아서 먹진 않지만, 은근히 즐겨하는 사람이 많더라. 이렇게 판매를 한다.........고했는데 뭐가 보여야지!!!!
포스팅하다가 젤 싼걸로 질러... 버림.... 아 와이프도 보는데... 그래도 필요하니 샀음.
창가에는 테이블이 4개 있으며, 가장 안쪽은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저 깊숙한 안쪽은 로스팅 기계로 보이며, 내가 있었을 때에는 돌아가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냥 봐도 로스팅 기계라는 것을 아니깐...
요즘은 이렇게 체인점이 아닌 경우 원두를 구입해서 로스팅을 모두 직접 하는 것 같다. 카페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기 위해서 이겠지만, 문뜩 정말 다 다른 맛인가 싶은 것도 있다.
솔직히 다 다르긴 한데 뭐랄까 정말 독특한 맛은 아니고 약간의 미묘한 차이들이 있는데. 이런 걸로 아마 커피의 맛이 평가되고 이야기되는게 조금 신기할 따름이다.
가운데에 보이는 빨간 곳은 나무조각을 이용하여 장난감을 만드는 재료인데, 무료는 아닌 것 같다. 다 돈내고 해야하는 것 같으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손대는 것까지는 뭐라고 안하겠지만 오래 보고 있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좋아 보인다.
울 큰 아들도 계속 여기서 이거 하고 싶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다육 식물들이 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보았을 비틀즈 <애비로드>가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실제 보는 것보다 더 분위기 있게 나와서 다행이다 싶다.
사진 찍으니깐 저런 곳이 보이지 대부분 그냥 스쳐지나들 가더라.
올라가기전 광각으로 1층 전체를 담아보고 이제 2층으로 갈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2층으로 가는 길
2층이 생각보다 좀 높은 듯 둘째를 안고 올라가기는 조금 힘이 들었다. 밖을 보니깐 언덕을 올라가서 2층으로도 가는 길이 있긴 하던데. 지금은 동절기라 체험학습이나 하우스 방문을 금지하고 있어 길을 막아 놓았다.
2층 중간부터는 오른쪽에 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한계단 올라가면서 하나씩 보는 재미도 있다.
중간 계단 천장 틈에 고슴도치 소품과 글귀가 있다.
이곳에서는 이런 짧은 글귀가 있는데 이것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 많을 때 찾아보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나쁜 기억에 아파지 않았으면...
숱한 고민에 밤새우지 않았으면..."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에 자리한 작은 액자들
2층
2층에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하얀의자와 테이블. 이 사진은 조금 나중에 찍었는데... 계속 사람이 앉아 있어서...
그래도 2층에 올라오면 바로보이는 것이라 올려 보았다.
2층에 들어오면 1층 보다 넓은 공간에, 그리고 3면이 유리로 되어 있다 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일단 뻥 뚫린 유리는 정말 답답함 없이 상쾌하게 해준다. 상쾌하기엔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그래도 뭔가 시원하고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
화장실은 벽으로 가렸고 옆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점이 좋기는 한데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난해하기도 했다. 옆 테이블이 화장실 가는 길목이다 보니 화장실 안 소리가 다 들리는 점이 좀 그렇더라. 그리고 1층에서 음식과 음료를 만들고 조그마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음식이 전달된다.
직원이 상시 2층에 있는 게 아니고, 주문은 무조건 아래에서 가능했다.
대부분의 창가 좌석은 예약석이다. 사전에 전화하고 와야 될 듯하다. 다행이 우리가 방문 했을 때에는 한 자리가 있어서 창밖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화장실 가는 길 안쪽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이곳은 너무 깊이 있어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한 쪽 벽면에는 커피 관련 도구들이 있어서 한번쯤은 둘러보게 된다.
깔끔해 보이는 화장실 가는 길. 밋밋해 보이는 벽을 "커피는 마셔도 살안쪄" 라는 글씨로 꾸몄다.
콜드브루 상표에도 저게 붙어 있던데.
설탕과 크림 또는 우유가 없는 순수한 커피라면 아마도 살 안찌겠지?
계단이 있던 곳에는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도 밖이 아주 잘 보여서 좋을 것 같았지만, 아이들이 작아서 혹여 저 틈으로 사고가 날까 하는 걱정에 앉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크면 저기 앉아서 쉬고 먹고 마시는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난간 2칸 정도에 작은 철망으로 해놔도 나쁠것 같진 않다. 아이들이 빠지지 못하도록)
2층에서 밖을 바라보면 다행히도 높지 않은 산에 안정감이 든다. 산이 높아 막혀 있었다면 그것도 나름 답답했을 것 같은데. 어찌 됐건 이곳이 조금 외진 곳이다 보니 앞에 보이는 것들이 별것 없다. 한 5월 정도 온다면 밭에서 지금은 느끼지 못할 생명력 있어 보이는 초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층에서는 바로 하우스(온실)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이 있다. 3면 중에 뒤쪽에 온실로 갈 수 있으며, 동절기에는 실제 들어가서 보거나 체험할 수는 없었다.
직원분의 말씀으로는 3월은 지나가야 오픈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온도에 민감한 식물도 있다 보니 이렇게 추운 날은 사람이 드나들며 떨어질 온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체험학습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체험도 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카페 바로 뒤로 보이는 하우스는 열대식물들, 즉 따뜻한 곳에서 사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커피도 안에서 키운다고 하는데, 다음엔 꼭 가서 직접 보고 싶다.
열대식물 외에 건물 옆에 3동의 하우스가 있다.
한동은 백향과를 키우는 곳으로 오코25에서 음식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또 한동은 허브를 키우는 하우스 였고,
마지막 한동은 다육식물을 키우는 하우스였다. 계단 옆에 장식되어 있던 다육식물들이 모두 여기서 자라났던 것 같다.
(물어보는지 못했음)
그리고 중간중간 보였던 글귀들 정리.
바람이 부는 날 네가 웃었다.
순간 나의 바람은 네 웃음을 평생 것이 되었다.
내 마음은
항상 너에게만
ON
너의
아픔까지
사랑해~
-커피꽃말
음식 주문
일단 식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등심 돈가스 1개만 주문했다. 커피도 봇재에서 마시고 오는 길이다 보니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식사를 하면 1,000원에 샐러드와 커피가 따라오니 중간 메뉴로 주문하였다.
음식은 주문하고 2층에 올라가서 아이들 의자에 앉히고 핑크퐁 틀어주고 몇 분 안 돼서 나왔다.
아래에 보이는 세트가 바로 14,000원 등심세트. 등심 돈가스 + 샐러드 + 커피(아메리카노)
샐러드는 유자 드레싱으로 상큼하고 깔끔했다. 처음엔 보기만 했다가 와이프가 맛있게 먹고 있길래 맛봤더니 정말 맛있긴 하더라. 건강해지는 맛이랄까?
커피는 내 입맛에 괜찮았다. 독하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그렇다고 타지도 않은 적당한.
어쩌면 무난한, 싱거운 그런 맛. 내가 좋아하는 맛이 그런 걸 어떡해...
그리고 생각보다 두꺼웠던 고기에 깜짝 놀랐다. 두꺼움에도 부드럽고 신선해 보이는 등심 돈가스는 정말 좋았다.
내가 먹으려고 주문한 게 아니고 아이들 주려고 주문한 건데 내가 반을 먹었다.
이건 정말 먹어야겠... 한 개 더 주문하려는 걸 참을 정도...
오늘은 오코25에 대해 포스팅해 보았다. 주말마다 틈틈이 나들이 가듯 가고 있는데,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맛있고 또 오고 싶은 곳은 흔치 않아서 힘든 일이 아닌 즐거운 일이 되어 너무 좋았다.
물론 날씨가 꾸리꾸리하고 비도 내려서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다음엔 가족들과 함께 오는 것도 고민해 볼 정도. 다음에 시간이 맞으면 꼭 한번 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