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시골이 보성이다 보니 내려갈 때 마다 지나치는 곳인데,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았는지...
카페를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생기고나서는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일인지라...
셋째를 낳고나면 더더욱 가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그리고 정말 방콕을 좋아하는 가족인지라, 이렇게 라도 안하면 정말 나갈 일이 없을 것 같아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왔다.
와이프와 아들 둘, 그리고 뱃속에 있는 딸까지 총 5명이서 소문듣고 찾아온 이양커피.
처음엔 알아보질 못했다.
"여기 어디쯤인데..."
라고 슬금슬금 운전하고 있었다.
처음엔 좀 알기 어려웠다. 이곳이 커피숍인지 아니면, 다방(?) 인지. ㅎ
(이때가 선거철이라 또 옆에서는 선거 사무소가 떡!!!)
다방인가 카페인가. 외관으로 바로 알아보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소소하게 꾸며진 듯 안 꾸며진 듯한 인테리어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손수레에 있는 항아리, 그리고 그 안에 꽃과 토란의 그 잎 같은 인테리어.
원래 있던 곳 마냥 있는 손수레의 항아리에 지나가다 꽃을 그냥 놔두고 간 것 처럼 보인다.
무심하게 놓여진 것 같은 휴지통, 그리고 더 무심하게 놓인 듯한 항아리와 꽃, 잎 들.
키친이 오픈되어 있다. 어지러워 보였지만 집 같은 편안함은 있었다.
키친 앞에도 테이블이 몇개 있는데 여기서는 키친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보인다.
정문에 쓰여있던 것처럼 어쩌면 작업실, 선씨당, 공방 같은 분위기에 일하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바로 가서 마실 수 있는 그런 느낌?
커피 파는 카페가 아니라 그냥 작업실, 공방 같은 느낌이다.
그냥 봐도 2인 테이블인데. 4명이 앉으려 했다.
2층이 있는 줄 모르고 여기에 처음 앉았다.
자리가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키친이 보이는 안쪽 자리는 조용히 하라고 해도 떠드는 아이들이 있는 입장에서 죄송할 따름이다.
이 작고 아담한 곳에 4명이 앉을까 시도하다 포기하고 2층으로 옮기게 되었다.
어떻게든 4명이 앉아보려고 했다가 주문한 음료와 음식을 놓을 수 없어 자리를 옮겨야했다.
그냥 이런 바닥이 좋다. 무심한 듯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한 시멘트 바닥에 기름을 발라 놓은 것 마냥 반짝이는 이런 바닥!
이양커피에 오면 솔직히 모든게 무심하게 한 것 같은 분위기가 난다.
무심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 같고, 무심하게 저렇게 아무렇게나 놓아져 있는.
그렇다고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잘 어울리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저 거울이 주는 넓어 보이는 공간감은 생각 외로 신경을 많이 쓴 부분처럼 느껴졌다.(내가 느끼기에는)
좋아하는 시멘트 바닥이다. 반짝 거림이 있는 바닥에 드라이플라워가 놓여 있다. 의도한 인테리어겠지만 분위기 있어 보였다.
더워지면 누리지 못할 야외 테이블
평생 자라던 동네에서 그늘이 있는 어느 작은 공간에 있는 평상처럼 둘러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특권은 아마도 봄과 여름사이, 가을과 겨울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6월에는 이렇게 밖에서 커피를 마셔도 덥거나 춥지 않다. 그리고 뒷 뜰에 있는 코스모스와 다양한 꽃들이 한창 꾸며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카페가 아니라 한국적인 자연과 어울어짐이 매력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동네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편안한했다.
코스모스가 매력적으로 피었다.
그런데 코스모스는 가을의 꽃이 아닌가? 아직 여름이 시작하기도 전인데...
가을이 되기도 전에 꽃을 피웠다니.
누가 코스모스가 가을 꽃이래! 여름이 시작하기도 전에 피는 구만!
누가 그렇게 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
이양커피 카페를 한바퀴 돌아보면 이런 글귀가 몇개 보인다. 아마도 포토존이겠지?
와이프와 함께 갔지만 와이프에게는 말하지 않고 사진으로만 남겼다.
이런 거 없이도 난 표현을 자주 하는 남자니깐!
그래도 누가 썼는지 몰라도
내가 와이프에게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잘 써준 것 같다.
내가 와이프에게 매일처럼 느끼는 말
꽃이 당신을 닮은 건지, 당신이 꽃을 닮은 건지
닭살이 돋지만, 이것도 와이프에게 이야기 해줘야겠다.
난 사진 찍는다고 돌아다니면서 봤지만 와이프는 보지 못했다.
그러면 써먹어야지.
2층은 좁다. 두개의 테이블이 있다.
몇 개의 사진 액자가 벽에 있고 2인 테이블 그리고 4인 테이블이 있다.
2층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하며, 아주 작은 짜투리 공간을 이용하여 2테이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층은 관리가 잘 안되어 있는 듯 하다. 물티슈로 의자를 여러번 닦았다는...)
어디선가 많이 봤던 여성분인데. 누구인지 모르겠다. 처음봤나? 괜히 비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 중
박카스 병에 꽂혀있는 꽃. 소소하지만 가득찬 느낌.
꽃화병이 작아서, 꽃 한송이가 주는 가득찬 느낌을 준다.
진짜 꽃은 아니지만, 한송이로 테이블의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뀐다.
테이블 보로 의 부족한 2%를 꽃이 채워준다.
집에서 박카스 먹고 버리지 말아야 하나보다. 작은 아이디어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테이블 보와 너무 잘 어울린다.
아직 다 담지 못한 카페의 모습이 많지만,
사진으로 담은게 이것 밖에 없어서...
이제는 주문한 음료와 주전부리를 올려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원한 미숫가루, 산딸기 치즈 케익
주문한게 맞나?
산딸기 치즈 케익인지 그냥 치즈 케익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와인잔에 담긴 아메리카노는 칵테일 마냥 담겨 온다.
미숫가루는 옛날 시골집에서나 볼 법한 구리그릇에 담겨 온다.
그리고 꽃(조화) 한송이와 한글자 한글자 써서 넣어줄 법한 작은 메시지가 들어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줄 알았다, 보는 즐거움이 있는 편이다.
큰 산딸기가 꽤나 먹음직스럽다.
치즈 케익은 와이프와 애들이 먹는다.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치즈는 피자에 들어가는 치즈 빼고는 다 입맛에 맞지 않다.
칵태일을 닮았군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지만, 항상 아쉬운게 얼음양이다. 얼음이 너무 많다는 것.
여기도 얼음이 좀 많긴 하드라. 야자수와 비슷한 조화가 꽂혀 있어 빼지 않고서는 잔을 들고 마시기 어렵다.
와인잔이 크지 않아서 몇번 쭈욱 빨았더니 없어지더군.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연한 맛은 아니였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가봐야 하나보다)
칵테일이니 아메리카노니?
아프다는 것은 이겨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겪다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새로워 지는 것은 선물같은 일이니
그러니 그 누구도
너무 많이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금은 뜬금 없었지만, 이 글귀에 한번은 생각해 보게 되는 듯 하다.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없지만, 아프다면 지혜롭게 겪고 보내야 하는 이 문구가 와닿았다.
몸이 아프다는 개념보다는
마음이 아프다는 개념인 것 같은데.
쓸데없는 고민은 그만 하고 ...
지혜롭게 겪고 보내야 한다.
생각보다 이양이라는 동네는 조용하다.
가만히 있다 보면 이양역에 멈춰서는 기차도 볼 수 있고,
몇몇 사람들이 기차에 내려 걸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조용하게 은은한 시간을 보내기 너무 좋은 장소 인 것 같다.
내 돈으로 내 돈 주고 사먹고 쓴 카페 리뷰